[리걸톡] 강진구 YK 변호사 "변호사, 기왕 산다면 최대한 빠르게"
2025.06.04. 아주경제에 법무법인 YK 강진구 변호사의 기고문이 게재되었습니다.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 중 하나가 변호사를 '산다'는 표현이다. (선임이라는 아주 좋은 용어가 있음에도) 왜 유독 변호사에 대해서만 '산다'는 표현이 자주 사용되는지 의문이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이것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매하듯 가볍고 편하게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변호사, 기왕 산다면 최대한 빠르게 선임해야 한다. 중요한 계약서를 작성하는 일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가장 바람직한 것은 계약 협상 및 체결 단계부터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노련한 변호사라면 계약 내용에 대해 적절한 조언을 제공하고 상대방과의 협상에서도 밀리지 않기 위한 각종 법리 및 전략을 제공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의사가 계약서에 정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꼼꼼히 계약서 문언을 다듬는 것이다. 나중에 분쟁이 발생한 후 계약서를 검토해 보면 당사자 간 원래 합의된 내용과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일방만 변호사의 도움을 받은 경우, 해당 당사자에게 유리하도록 계약서가 교묘하게 작성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부득이한 사정으로 소송이 벌어진 후에야 비로소 변호사를 찾은 경우를 상정해 보자. 물론 소송에서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미 자신의 뜻대로 계약서가 작성되어 있지도 않고, 분쟁 초기에 대응을 잘못하는 바람에 법원에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만 잔뜩 제출되어 있다. 이 단계에서는 아무리 좋은 변호사를 사도 상황이 쉽지 않다. 특히 요즘 같이 변호사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진 세상에 본인만 변호사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 결과는 더더욱 치명적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지 결론은 명확하다. 변호사, 편의점에서 물건 사듯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그리고 기왕 산다면 최대한 빠르게 선임하자. 고민은 손실만 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