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언론보도 · 한국경제

"신고하면 감면해줄게"…카르텔 리니언시 제도의 명과 암 [이인석의 공정세상]



 2024.12.31. 한국경제에 법무법인 YK 이인석 대표변호사의 기고문이 게재되었습니다.
 
▲법무법인 YK 이인석 대표변호사

우리는 300년 동안 이루어진 서구의 산업화를 단 30년 만에 따라잡는 압축성장을 일구었다. 이러한 압축성장을 위해 정부는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소위 '될만한' 몇몇 산업과 대기업을 관리하며 이들 위주로 성장정책을 폈다. 우리 경제는 성장이라는 과실(果實)뿐만 아니라 산업 간 불균형 및 몇몇 사업자로만 이루어진 과점시장이라는 산업 구조적 문제점 또한 안게 됐다.

과점시장의 사업자들은 과열 경쟁을 지양하고 친목을 도모한다는 명목하에 은밀히 만나고 공조해 가격을 담합하거나 서로의 고객을 빼앗지 않기로 합의하는 등의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당국의 행정지도라도 있는 경우에는 업계 이견을 조율한다거나 행정지도에 따른다는 명목으로 또 다른 담합을 시도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경쟁사업자 간 이러한 합의, 즉 '카르텔(Cartel)'은 시장의 경쟁을 제한해 가격을 높이고 품질경쟁을 제한하여 소비자 후생을 저해한다는 측면에서 중대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 이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은 경쟁사업자 간 카르텔을 부당한 공동행위로 금지한다. 

문제는 카르텔이 경쟁사업자 사이에 은밀하게 이루어져 적발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구두로만 합의하고 메모 등 기타 자료를 남기지 않는 등 그 수법이 보다 고도화·지능화하고 있다. 특히 과점시장에서는 가격이 쉽게 동조화하는 경향이 있어 경쟁사업자끼리 가격이 유사하게 움직이는 점만으로는 카르텔이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공정거래법은 카르텔을 보다 쉽게 적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는데, 바로 자진신고자 감면제도(Leniency Program·리니언시)다.

리니언시가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카르텔 적발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부이기는 하지만 카르텔에 가담한 자를 처벌하지 않는 것이 과연 정의 관념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의문부호를 달 수밖에 없다. 특히 카르텔을 주도해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린 사업자가 감면 혜택을 받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카르텔에 가담한 사업자가 감면 혜택을 누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자진신고를 하는 경우 신고내용이 사실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신고내용이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지에 관해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죄 없는 자를 처벌하지 않는 소극적 실체진실주의도 죄 있는 자를 처벌하는 적극적 실체진실주의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카르텔을 주도하며 경제적 이익을 누린 사업자에게도 전면적인 감면 혜택까지 주는 것이 타당한지도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

 
2024.12.31
103명 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