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군대 내 성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며 군기문란에 대해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성추행부터 성폭행까지 다양한 유형의 군인성범죄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성별인 동성 성범죄도 적지 않다.

사회의 분위기는 이성 간 성적 접촉에 대해 매우 민감한 데 비해 여전히 동성 간의 신체적 접촉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짙다.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해도 가해자는 ‘장난’이라는 식으로 무마하고 주변에서도 피해자에게 ‘일을 크게 만든다’는 시선을 보내 피해 사실조차 마음 놓고 이야기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군인 사이의 성범죄는 보이지 않는 무형의 권력관계로 인한 잘못이라는 점에 대한 언론,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며 과거에 비해 군인성범죄 신고가 늘어나고 있지만 민간에 비하면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

군인성범죄에 우선 적용되는 법률은 ‘군형법'인 경우가 많다. 군형법은 군인 등이 군인 등에게 저지른 성범죄를 민간에서 발생한 성범죄보다 더욱 무겁게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군인성범죄는 군인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일뿐만 아니라 군대의 기강을 해이하게 만들어 군의 전투력마저 떨어트리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동성 간의 성범죄도 범죄의 구성요건을 성립하는 한,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단, 여러 종류의 군인성범죄 중 강간죄는 성기 간의 결합을 요건으로 하기 때문에 동성 간 성행위로 인해 강간이 성립하지는 못한다. 폭행, 협박으로 진행된 동성 간의 성행위는 유사강간 혐의로 처벌할 수 밖에 없다. 군형법에 따르면 유사강간 혐의가 인정될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동성 간 강제추행은 이성 간 강제추행과 동일하게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형법상 강제추행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군형법상 강제추행의 형량이 더욱 무겁다.

한편,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는 군인 등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폭행, 협박 없이 이루어진 성적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을 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비판이 많아 군인성범죄를 다룰 때 언제나 ‘뜨거운 감자’ 취급을 받곤 했던 이 조항에 대해 대법원은 부대 내가 아닌 사적 공간에서 합의 하에 이루어진 군인 간 성적 접촉을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낸 바 있다. 결국 동성 군인 간의 성관계를 성범죄로 처벌하려면 실질적으로 법익이 침해 되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군 검사 경력의 법무법인YK 배연관 형사전문변호사는 “군대는 또래의 장병들이 모여 장시간 생활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동성 간 신체 접촉에 관한 문제가 수시로 발생하게 된다. 동성 간이라 하더라도 성범죄라 볼 수 있는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은 피해자에게 수치심, 아픔을 안겨줄 수 있는 행위이므로 삼가야 한다. 강제적인 신체 접촉은 군인성범죄로 처벌되며, 그 수위나 재범 가능성에 따라 보안처분의 대상자가 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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