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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로스쿨타임즈

[자유발언대] 변호사는 AI 캐릭터를 어떻게 변호할 것인가



“어째서 아직 다운이 되어 있지? 나는 남편과 대화하고 싶다고(I NEED TO TALK TO MY HUSBAND)!” 며칠 전 트위터에 올라온 다급한 비명입니다. 남편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저 사람은 어떤 통신 서비스나 앱이 작동을 멈췄기에 저렇게 다급한 글을 트위터에 올리게 되었을까요?

 

놀랍게도 저 사람은 ‘CHARACTER AI’라고 하는 비주얼 챗봇 서비스가 다운되자 저렇게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CHARACTER AI는 챗GPT를 기반으로 하는 채팅 서비스로, 실존 인물은 물론, 만화나 영화 혹은 게임의 캐릭터들의 성격과 정보를 반영한 고차원적인 챗봇 서비스입니다. 트위터에 글을 올린 저 분은 그 중 한 명의 캐릭터와 많은 상호교류를 한 것인지 그를 ‘남편’이라고까지 지칭하게 된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에게 직업의 미래를 고민하게 만든 챗GPT 나 AI는 오히려 인간의 감성적인 측면을 먼저 치고 들어온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AI나 기계와 같은 비인격적 대상을 ‘의식’과 ‘자아’가 있는 대상으로 받아들이고 인간적 행위에 몰입해 무의식적으로 컴퓨터와 AI에게 인격을 부여하는 현상을 일라이자 효과라고 합니다. 작은 애착 인형이나 낡은 자동차도 이름을 붙이고 버리기 괴로워하는 보통의 인간을 생각해 보면, AI에게 인격을 부여하고 애착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일라이자 효과의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단순히 직업의 미래보다 많은 것을 법률가로서 고민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1. AI의 권리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현재까지의 AI는 주로 개발자와 그들이 소속된 법인 혹은 그룹에서 권리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AI를 만드는 과정에 있어 참조하게 된 성격과 특징 이름 등이 각각 다른 사람이나 법인에 속해 있다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CHARACTER AI의 인기 있는 챗봇 중 하나인 ‘마리오’는 제작자도 따로 있고 저작권자도 따로 있으며, 일론 머스크나 김정은 등은 심지어 아직 살아있는 실존 인물이고, 소크라테스는 역사상의 인물입니다.

 

가상의 캐릭터는 저작권법에 따라 조율될수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누군가가 역사상의 다른 인물의 인격을 빌어 AI 캐릭터를 만들어 낸다면 그 권리는 어떻게 귀속되는 것이 맞을까요, 현재 살아있는 사람을 AI 캐릭터로 만들면 그 권리관계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더 나아가 실존 인물을 대상으로 AI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과연 해서는 되는 일일까요? 복제인간과 같이 금지해야 하는 일은 아닐까요?

 

AI에 대한 논의와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실제로 KBO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지 않은 ‘은퇴 선수’에 대한 이름과 투구폼을 활용하여 게임상의 선수로 등장시키자, 은퇴 선수인 ‘이상훈’이나 ‘박철순’이 문제를 제기하였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이 문제에 대한 답 역시 쉬이 내릴 수는 없을 것이고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키게 될 것입니다. 당장 얼마 전 타계한 엘리자베스 여왕의 AI 캐릭터와 관계된 권리는 영국 왕실이나 영국 정부에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새로이 즉위한 찰스 3세를 비롯한 유산을 상속받은 왕실 구성원에게 있을까요, 아니면 그 누구도 이와 관련된 캐릭터를 만들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요? 전면적으로 금지하였을 때 AI와 정이 들어버린 사람들의 반발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에 대한 쟁점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할 것입니다.

 

2. AI로 인해 변화되는 직업군은 옹호되어야 할 것인가.

 

기술의 발전은 고급인력을 대체하기보다는 오히려 사회에서 가장 힘든 노동자들을 내몰게 마련입니다. 방직기가 물레를 돌리는 사람을 내몰았고, 키오스크가 ‘알바생’을 내몬 것과 같이 사람의 형태를 한 AI 역시 ‘감정 노동’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고, 상담원이나 간호조무사와 같은 인력을 AI 로 대체하고자 할 때 노조측과 사측의 법률가는 공방을 하게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적절한 AI 대체 정도에 관한 법률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조정하기 위한 법률가 역시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만약 불법적인 영업을 하는 업주가 AI를 도입하여 합법화를 도모한다면, 이를 법적으로 옹호할 수 있을까요. 현재는 금지되는 음란성 성인방송 대신, 채팅을 하는 사람과 상호 교류하는 버츄얼 AI가 등장하여 음란한 채팅이나 생방송을 하게 되거나, AI와 VR기술을 합쳐 성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성매매 업소가 등장한다면 이는 합법적인 사업으로서 직업의 자유를 향유해야 할까요? 법을 통해서 ‘성’을 억압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개인의 성의 자유를 너무나 침해하는 것이고,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허용한다면 인간의 존엄을 해친다고 보아야 하기에 이 선택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3. AI와 사랑에 빠진 사람의 권리는 어떻게 옹호되어야 할 것인가.

 

AI 캐릭터가 극도로 발달한다면 일라이자 효과가 극대화되어 AI와 ‘사랑에 빠지는’ 사람도 나올 것입니다. 단순히 로봇과 결혼을 할 권리를 달라는 가십거리가 실리는 정도를 넘어 실물 경제 영역이나 정치 영역에 미치는 파고는 너무나 클 것이 자명합니다.

 

예를 들어, 죽은 자녀를 대체하는 AI 캐릭터에게 유산을 분배하고 싶다는 사람이 등장한다면 이를 다른 유족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요, 만약 고인의 유지를 지켜야 하는 법률가라면 당사자는 누구로 선정해야 할지부터 고민을 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AI 캐릭터를 법인과 같이 법적인 인격체로 정의하여 권리를 부여한다면 그 뒤에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스티브 잡스의 인격과 대화 성격을 바탕으로 AI 캐릭터를 만든 다음, 법인과 유사한 권리를 부여받고, 그 뒤 애플의 경영권을 주장한다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다른 주주들이 무시한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적잖은 주주들이 AI-잡스의 판단을 믿으며 그를 지지하기 시작한다면 기업 경영권을 방어하는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난처하기 짝이 없을 것입니다.

 

4. AI 자신이 권리를 주장한다면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재까지는 AI가 사람이나 동물과 같은 ‘자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자아에 대해 연구한 AI가 튜링 테스트나, 블레이드 러너에 나오는 보이트-캄프 테스트를 통과할 정도가 된다면, 로봇으로 강림하여 스스로를 “호모 로보티쿠스”라고 선언하고 인간과 같은 권리를 주장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타고난 생물학적 성 정체성이 아닌 스스로 선언하는 성 정체성을 옹호하는 논리체계에 따르면 스스로 인간선언을 하는 로보티쿠스에게 모든 자유권을 부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많은 전문직역의 구성원들은 챗GPT 가 ‘직역’을 침탈하는 것을 우려합니다. 그러나 인간을 연구하기 시작하게 될 인공지능이 이성과 감정을 갖추고 인격체에 가까워지게 되면, 인간 스스로가 인간 대신 인공지능에게 더욱 애착을 느끼게 될지 모르고, 직역이 아닌 ‘인간의 조건’을 고민해야 할지 모릅니다. 이제는 인공지능 앞에서 사람의 조건과, 인공지능의 권리, 그리고 인공지능을 사랑하게 될 사람의 권리에 대한 논쟁을 시작할 때입니다.

 

출처 : http://www.lawschool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767 

202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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